최근의 업계 시류는 AI와 기계 번역을 활용한 생산량 증가 + 단가 하락입니다만 이 업계는 절대 변하지 않는 번역가에게 요구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높은 퀄리티의 번역문을 도출하십시오. 그런데 이제 적은 돈을 곁들인..
저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세 가지 언어 모두 일감을 받기 때문에 때문에 피부에 와닿는 것이..
"한국은 아직도 사람이 하는 일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한다"입니다.
같은 특허번역이라 하더라도 일본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특히나 더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서 돈을 쓰는 것에 인색합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보죠.
가장 최근에 링크드인에서 본 Trans***pect의 일영 특허번역 공고입니다. 단가가 아래와 같습니다.
일>영 0.04-0.05 USD per Japanese character
일>영(기계번역) 0.025-0.04 USD per Japanese character
글자당 단가이므로 워드로 변환하면 인간이 번역할 때 약 0.1 USD정도 되겠네요.
달러 강세도 있어 1300원 환율로 계산했을 때 글자당 52원~65원 사이, 단어당으로는 최대 130원으로 2만 자의 명세서를 번역하여 1만 단어의 번역문을 도출했을 때 최대 13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루에 6천 자(EN, ~3천 단어) 정도를 소화한다고 하면 약 3일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작업하게 될 것이고 27시간을 번역 작업에 소요한다면 1시간에 4만 8천 원의 시급이 됩니다. 기계 번역의 경우는 3만 8천 원 정도 됩니다. 물론 기계번역의 경우 중복 부분 할인까지 있으니 단가는 더 하락하겠으나 계산의 편의상 중복 부분 할인은 계산에 넣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한국은요?
먼저 한국은 더이상 일본에 비해 낮은 임금의 국가가 아닙니다. 그런데 유달리 번역요율이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영 번역을 취급하는 회사들은 틈새시장 강자이지만 업계 전반적인 번역단가 하락세로 인해 국내 번역회사들 역시 단가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즉, 위 글로벌 회사의 단가에서 2/3로 하락세인데 이조차도 한영 번역 단가보다 높습니다. 즉, 동일하게 1차 벤더(하청)의 위치여도 단가의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영 특허 번역을 위와 같이 요율을 공개하면서 공고하는 글로벌 다국어 현지화 회사를 찾을 수 없어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번역료 산정을 위해 국내만을 따로 떼어 번역요율을 들여다보겠습니다.
한국의 경우 번역요율 계산이 자당 또는 단어당이 아니라 페이지당이기 때문에 계산 방법이 달라집니다
구글에서 아무 특허번역 에이전시에 들어가서 소개하는 요율을 보시면 한영 번역 1페이지 당 번역문 300 단어일 때 번역 회사가 2만 5천 원의 번역료를 받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때 번역사는 전체 번역료의 30% 단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1페이지당 8500원 정도, 단어당 28원입니다. 많이 받는 번역사라고 가정해도 40%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최대 1페이지당 1만 원, 단어당 33원입니다. 보통 원문 글자수는 번역문의 두 배 정도로 산정되므로 1페이지 600 자당 1만 원이라면,
최대 시급은 1만 3천 원입니다.
IP 로펌에서 외주(외부인력에게 번역을 의뢰하는 것)를 주는 경우라면 물론 단가가 더 높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단가는 번역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할 수 있지만 신규 번역가분이라면 어느 정도 국내 시장의 특허번역 단가에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차가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제 남은 셈은 간단합니다.
제가 국내에서 협업하는 한영 특허 번역가라고 가정한다면 저는 품질을 낮추고 생산량을 늘려 생계를 유지할 것입니다. 많은 분량을 소화해야 하는데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논문을 뒤지고 용어를 검증하는데 투자할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요?
때문에 절대적으로 입모아 말하는 진리가 다음과 같습니다.
"높은 단가가 높은 번역 품질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낮은 단가는 반드시 낮은 품질을 야기한다"
번역 담소 : 특허 번역은 왜 중요한가 (특허청 지식재산 번역 가이드라인)
번역 담소 : 특허 번역은 왜 중요한가 (특허청 지식재산 번역 가이드라인)
지식재산(특허) 번역의 중요성 2010년에 특허청과 지식재산서비스협회 용역 결과로 발행된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지식재산 번역 가이드라인 2010년도 유물.. 인가.. 12년 전에 발행된 책자라서
1bonnie106.tistory.com
자, 이제 낮은 인건비로 일을 처리하기를 원하면서 높은 품질의 번역문을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을 이해할 수 있고 언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는 것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느낌이 오시나요?
게다가 단가 하락이 번역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번역과 검수 모두 원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여 그 이후 문제가 생겨도 대응하기 쉽도록 놀라울 정도로 원문대로 직역하기를 바라는 업체도 많습니다. 글로벌 다국어 현지화 회사도 마찬가지인 것이 적어도 원문대로라면 "안전하다"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번역'이라는 업이 글자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님에도 특허 번역이 유달리 원문에 묶여 있는 형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이런 상황은 해외로도 그대로 이어져 해외 업체들이 한국어 번역에 돈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즉, 현지 시장가에 맞추면 될 뿐이라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다국어 현지화 회사에서 영/한 번역 단가는 영/일 번역 단가의 2/3 수준입니다. 실제 경험담입니다.
그렇다면 기계번역이 시급을 상승시켜 줄 만큼의 품질이냐?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문법이나 어순이 비슷한 나라들끼리는 그러합니다. 한국어와 일본어 기계번역 품질 생각하시면 쉽지요? 근데 서구 영미권 언어에서 아시아 언어로의 기계번역은 사람 품이 70% 이상 들지 않고는 제대로 된 번역문 도출이 어렵습니다. 70%도 진짜... 진짜... 많이 봐준 것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만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저에게 느껴지는 것은 본업에서 AI는 검색을 통한 번역가의 지식 확장과 예문을 추천하는 정도에 가장 쓸모가 있으며 기계번역을 통한 생산성 증가 역시 일정 부분에 불가하여 획기적이다 할 수 없고, 현재로서는 훌륭한 도구는 되어줄 것이다라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바꿔 말하면, 처음 저의 견해 그대로 '양극화', 즉 쉽게 대체될 분야들은 AI나 기계번역으로 처리 가능하겠으나 호흡이 긴 문장의 문맥 이해, 리갈 마인드, 업계 흐름 파악, 피드백 대응, 다양한 고객사 요구 사항을 모두 맞출 수 있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번역 요정-
***본 글에서 본인에게 적합한 번역료 산정 방법을 알아가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산수 못하는 번역요정이 계산기 좀 두드렸습니다만 혹시 위 계산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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